본문 바로가기

공감 괴물 관심 한번 받아보겠다고 취향에도 맞지 않는 영화들을 보고 있다.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를 좀 봤다. 강풀이 각본을 쓴 만큼 그의 감상주의는 별다른 거름망을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적용된 것 같다. 인물들은 현실적인 깊이를 결여하고 있고 진부한 전형을 답습한다. 가령 이런 대사를 한번 보자.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그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야. 엄마가 초능력 있는 어린 아들한테 영웅이랍시고 나대지 말라며 하는 잔소리다. 유행에 쉽게 휩쓸리는 한국 사회에서 한 차례 유행하고 지나간 훈계다. 공감 능력은 양날의 검이고, 하늘을 슝슝 날아다니는 정도의 초능력이라면 공감 능력은 아무리 중요해도 두 번째 이하다. 1. 공감한다는 .. 더보기
멀고 신 포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기에 보러 가려다가, 표값이 비싸니까 신중히 고르려고 엄태화 감독의 전작부터 확인했다. 가려진 시간 첫 장면에 담긴 바다의 수평선은 적잖은 야심을 드러내지만 영화 전반에 원근을 넘나드는 시는 없다. 수십 년 동안 한국 영화가 그래왔듯이 울부짖는 클로즈업에 온 힘과 기대를 거는 육박전이다. 인물이 진부하고 평평하며 특히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든 90년대 초딩 같다. 미로를 구성할 수도 있었을 플롯은 플래시백으로 일축되었다. 흥미로운 구석도 있었다. 1. 김희원이 연기한 새아빠는 이런 장르에 으레 기대되는 헌신적 아버지상을 적극적으로 재현하려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도 어색한 라면 장면 전까지 아빠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자기에게 부여된 보호자 역할을 .. 더보기